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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이영길] 자녀교육칼럼 10 - 어서 가서 밥 먹어라
어서 가서 밥 먹어라

청소년 진로상담사
밝은미래교육 대표이사
이영길

정말, 오랜만에 글을 써보는 것 같습니다. 한달에 적어도 한, 두편씩은 칼럼을 쓰곤 했는데, 제 글을 읽어주시는 학부모님들 중에 왜 요즘은 글을 안 보내주시느냐고 여쭙는 분도 있었습니다.

지난 봄 어머니께서 소천(召天)하신 후 마음의 갈피를 잡기가 참 어려웠습니다. 지금도 실은 하루에 몇 번씩, 아니 하루 종일 어머니 생각에 잠기는 날도 있습니다.

누군가의 아들로 살다가 이제는 누군가의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보겠다고 늘 되새기며, 나름 열심히 살아 올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은 어머니께서 늘 뒤에서 지켜보시고 계시다는 기대와 또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었다고 생각됩니다.

그런 어머니의 부재(不在)가 큰 상실감과 함께 위축감이 들었습니다. 무엇보다도 89세 고령의 어머니께서 마지막 삶을 놓고 가시는 뒷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딱해 보였기에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, 또 미래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기가 좀 힘에 겨웠습니다.

더욱이 어머니께서 마지막 제게 하신 말씀이 “어서 가서 밥 먹어라”였습니다. 당신은 곧 가셔야 하는 몹시 힘겨운 노구와 사경을 헤매시는 희미한 정신줄 임에도 아들인 저의 배고픔을 먼저 챙기셨습니다. 그리곤 그 새벽에 조용히 가셨습니다. 마지막까지 아들의 끼니를 챙기시면서 말입니다. 저는 아직 세상에 자녀들만 남기고 가는 그 심정을 아직 헤아릴 수 없습니다. 그러나 왜 마지막 말씀이 “어서 가서 밥 먹어라”였는지는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.
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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성경에 부활한 예수님께서 다시 제자들을 찾아 바닷가에서 숯불과 음식을 준비해 놓으신 후 제자들을 향해 “와서 조반을 먹어라”하시니 제자들이 예수님이신 줄 알았더라고 했습니다. 예전에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아무 의미없이 생각했었는데 막상 어머니가 가신 후 이 말씀을 접하게 되니 이 말씀은 참 부모만이 할 수 있는 말씀이었구나 하고 큰 은혜를 깨닫게 되었습니다. 영적인 부모이신 하나님께서도 역시 자녀들의 끼니를 먼저 챙기시는 분이시기에 그 분의 형상을 닮은 우리 부모들도 그 분처럼, 떠나시면서까지도 그렇게 자녀의 끼니를 걱정 하는구나 공감하게 되었습니다.

그래서인지, 저도 언젠가부터는 유학중인 우리학생들에게 전화를 할 때면 습관적으로 “밥은 잘 먹고 있니?” 라고 안부하곤 합니다. 그리고 한국음식이 그립다거나 부모님을 보고싶어하는 친구들에게는 컵라면과 마이쮸를 보낸적도 있습니다.

우리 부모가 자녀들에게 교육을 받게 하는 목적도 이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됩니다. 부모가 이 땅에 함께 있을 때에는 부모가 벌어서 끼니를 먹일 수 있으나, 우리가 언젠가는 자녀들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게 되어 있으니 그날을 미리 대비하는 의미에서 우리 자녀 스스로 자기의 끼니를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시키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표라 생각됩니다.

이 과정에서 어떤 자녀들은 부모의 뜻을 잘 따르는 경우도 있고, 또 어떤 경우에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.

그러나 부모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녀를 원망하거나 책망하지 않는다고 저는 확신합니다. 순간적으로 부모도 인간이기에 노할 수도 실망 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언제까지나 일시적인 감정일 뿐 부모의 본심은 아니라는 것입니다. 그러기에 육신의 부모도 하늘의 부모도 모두다 자녀들에게 은혜와 평강을 주시길 원하고 소망하시는 것을 부모인 저도 경험하며 이 땅에서 배우고 살고 있습니다.

이제는 거꾸로 어머니께 받은 사랑과 헌신을 내 가족들에게 전해주며 하나님께 받은 은혜와 사랑을 내 이웃과 나의 학생들과 부모님들께 전해 주면서 살아야 할 소명을 느끼게 됩니다.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과 일용할 양식을 늘 먹일 수 있는 아버지로, 선생님으로 살 수 있기를 다짐해 봅니다.

아무쪼록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부모가 먹이는 끼니가 그냥 밥이 아니라 “사랑”이었다는 것을 될 수 있으면 빨리 깨닫게 되면 참 좋겠습니다.